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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설비 산업, 탄소중립 시대의 주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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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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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최전선에 선 기계설비산업을 향한 사회적 요구도 날로 구체적이고 엄중해지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빌딩, 제로에너지 건축이라는 화려한 구호 뒤편에서 우리 산업은 여전히 낡은 하도급 구도와 수치 위주의 경직된 정책이라는 이중고에 갇혀 있다.

이제 기계설비를 단순한 건축의 부속품이 아니라, 국가 에너지 정책과 국민 건강권을 떠받치는 독립 영역으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기후·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추진 중인 히트펌프 보급 확대는 이런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화석연료 보일러를 전기식 히트펌프로 바꿔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논리는 수치상으로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현장의 공학적 현실과 실제 거주자의 생활까지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겨울철 외기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국내 기후에서 공기열 히트펌프의 성적계수(COP) 저하는 불가피하고, 이는 기대했던 에너지 절감 효과를 크게 떨어뜨린다.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태양열원 등 기존 재생열과의 연계 방안도 찾아볼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열원 전환 중심의 접근이 기계설비의 본질인 ‘쾌적성’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겪었듯이 아열대 기후화된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제습과 환기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은 냉방은 불쾌지수를 높이고 실내 공기질을 악화시킨다. 기계설비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단순한 열원의 종류가 아니라, 온도와 습도, 공기질이 유기적으로 관리되는 종합적인 실내 환경의 완성이다.

이런 정책적 한계는 결국 ‘온도’라는 단일 지표에 매달린 낡은 규제 체계에서 비롯된다. 공공기관 냉방온도 28도와 같이 현행 기준은 실내 온도를 일정 범위에 맞추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인간의 건강과 직결되는 습도,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농도 같은 통합적 성능 요소는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이 더 정밀하고 진보된 온습도 제어 기술이나 환기 기술에 투자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미 세계적 수준의 데시컨트 제습 기술과 열회수 환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온도만 맞추면 된다”는 낮은 기준이 혁신 기술을 현장에서 소외시키고 있다. 에너지는 절감했을지 몰라도, 거주자는 오염된 공기 속에 방치되는 모순이 반복된다.

에어컨 이름을 히트펌프로 바꾼다고 혁신 기술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가시적인 성과를 위한 전면적 도입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혁신 기술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고질적인 하도급 중심 발주 구조라는 현실의 벽 때문이다.

건설업체 아래 종속된 현재 구조에서 기계설비 공사는 원가 절감의 표적이 되기 쉽다. 탄소중립에 효과적인 고성능 설비는 초기 비용이 높다는 이유로 설계 단계에서 배제되거나, 시공 과정에서 저가 장비로 대체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2000년대 중반서부터 거의 모든 아파트에 설치된 열회수 환기장치가 있는 줄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최소 요건만 만족하는 저가 제품이 설치되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 영역까지 기계설비 분리 발주가 확대되지 않는 한, 전문업체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해법을 내놓고 그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는 구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계설비의 독립성 확보는 업역 다툼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탄소중립 정책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다.

기계설비법 시행 이후 유지관리와 성능 점검이 제도권으로 들어온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게 아니라, 기계설비 산업이 건축의 부수적 영역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다.

정부는 히트펌프 보급률 같은 단편적 수치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실제 거주자의 건강과 쾌적성을 담보할 수 있는 통합적 실내 환경 성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 역시 기계설비 분리 발주 확대를 통해 전문 기술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 RHO와 같은 청정열 공급과 사용 확대만큼 중요한 일이다.

기계설비인이 자부심을 갖고 쌓아온 기술력을 현장에 구현할 수 있을 때, 국민 삶의 질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목표 역시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된다. 2026년이 하도급의 굴레를 벗고 기술의 가치로 평가받는 기계설비 산업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기계설비 산업, 탄소중립 시대의 주역으로 < 시론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기계설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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